감기는 나은 것 같은데 기침만 두 달째 남아 있다면기침은 목과 기관지에 들어온 먼지나 가래, 자극 물질을 밖으로 밀어내려는 몸의 방어 반응이라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지만, 감기가 다 나은 뒤에도 기침만 몇 주씩 이어지면 일상이 크게 흔들립니다. 성인을 기준으로 기침이 3주 안에 멎으면 급성 기침, 3주에서 8주 사이로 이어지면 아급성 기침, 8주 이상 계속되면 만성기침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어린이는 기준이 조금 달라서 4주 이상 기침이 이어지면 오래가는 기침으로 보고 원인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간으로 나누는 이유는 기침이 얼마나 오래갔는지에 따라 의심해 볼 원인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성기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병 이름이라기보다는 오래 이어지는 기침이라는 상태를 가리키는 ..
가까이서 말하기가 망설여질 때대화를 나누다 상대가 슬쩍 고개를 돌리거나 한 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면 혹시 내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지 신경이 쓰이기 마련인데, 입냄새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겪는 흔한 문제이면서도 남에게 쉽게 물어보기 어려워 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학에서는 입이나 코를 통해 내쉬는 숨에서 다른 사람이 느낄 만큼 불쾌한 냄새가 나는 상태를 구취(입에서 나는 나쁜 냄새)라고 부르며, 이는 하나의 병이라기보다 여러 원인이 겹쳐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 입에서 텁텁한 냄새가 나는 것은 자는 동안 침이 적게 나오면서 입안 세균이 활발해진 탓이라 대부분 양치를 하고 물을 마시면 금세 사라지는데, 이런 냄새는 누구에게나 생기는 자연스러운..
자고 일어나면 손이 저린 건 혈액순환 탓일까?손발저림은 손이나 발에 전기가 오듯 찌릿하거나,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스멀거리거나, 감각이 둔해져 남의 살처럼 느껴지는 상태를 두루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병 이름이라기보다는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려 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오래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날 때 다리가 저리거나 팔베개를 하고 자고 난 뒤 손이 잠깐 먹먹해지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고, 자세를 바꾸고 몇 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리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세와 상관없이 같은 부위가 되풀이해서 저리거나, 저린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거나, 몇 주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뒤에 숨은 원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발이 저리면 흔히 혈액순환이 안 ..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자야 한다면다른 사람들은 덥다고 에어컨을 찾는 계절에도 혼자 손끝이 시리고 발이 얼음처럼 차가워서 이불 속에 양말을 신고 들어가야 잠이 든다면, 수족냉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수족냉증은 손과 발이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거나, 남들은 춥다고 느끼지 않는 온도에서도 손발에 냉기가 도는 상태를 말합니다. 흔히 하나의 병 이름처럼 쓰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원인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손발이 차다는 이야기는 워낙 흔하게 듣는 말이라 대부분 타고난 체질로 여기고 지나가는데, 실제로 뚜렷한 질병 없이 혈관이 추위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같은 차가운 손발이라도 그 뒤에 빈혈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 혈관이나..
일어서는 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한다면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눈앞이 잠깐 하얗게 번지거나 머리가 핑 도는 일은 많은 사람이 한 번쯤 겪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같은 일이 자주 되풀이되거나 그 순간 몸이 휘청일 정도라면, 혈압이 자세 변화에 맞춰 제때 따라 올라오지 못한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저혈압은 혈관 속을 흐르는 피가 혈관 벽을 미는 힘이 평소보다 약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이 힘이 약해지면 심장보다 높은 곳에 있는 뇌로 가는 피의 양이 순간적으로 모자라게 됩니다. 고혈압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혈관과 장기를 조용히 상하게 하지만, 저혈압은 어지럼, 기운 없음, 쓰러짐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불편과 위험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압계에 찍힌 숫자가 낮다고 해서 모두 ..
아침마다 재채기가 멈추지 않는다면잠에서 깨자마자 재채기가 연달아 터지고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는데 열은 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이 가벼운 감기로 여기고 넘기지만, 이런 일이 해마다 같은 계절에 되풀이되거나 몇 주씩 이어진다면 알레르기비염을 먼저 떠올려 볼 만합니다. 알레르기비염은 코 안쪽을 덮고 있는 점막이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처럼 원래는 해롭지 않은 물질을 적으로 잘못 알아보고 과하게 반응하면서 생기는 염증 질환입니다.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이 네 가지가 한꺼번에 나타나거나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지만 잠과 집중력, 기분까지 흔들어 놓기 때문에 일상에 주는 불편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알레르기비염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찢어지는 듯하다면아침에 일어나 침을 삼키는데 목 안쪽이 칼로 긁히는 것처럼 아프고, 거울로 입안을 비춰 보니 목젖 양옆이 빨갛게 부어 있다면 편도염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편도염은 목구멍 양쪽 벽에 자리한 편도(입을 크게 벌렸을 때 목젖 양옆으로 보이는 동그란 살덩어리)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하며, 흔히 '편도선이 부었다'고 표현하는 증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학교나 어린이집처럼 여럿이 함께 지내는 환경에서 더 자주 퍼지는 편이고, 한 번 앓고 나서도 다시 걸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편도는 원래 입과 코로 들어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가장 먼저 맞닥뜨려 몸의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림프 조직(몸을 지키는 면역 세포가 모여 ..
결과지에 적혀 온 낯선 병명회사 정기검진이나 동네 의원에서 받은 피검사 결과지 한 귀퉁이에 이상지질혈증이라는 단어가 인쇄되어 나오면 대부분은 그 아래 적힌 숫자보다 처음 보는 병명 자체에 먼저 당황하게 되는데, 이 이름은 어떤 하나의 특정한 병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혈액 속을 떠다니는 기름 성분들의 균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고지혈증이라는 이름이 더 널리 쓰였지만 기름 성분 가운데 어떤 것은 오히려 부족할 때 문제가 되기 때문에 높다는 뜻의 고 자 하나로는 상태를 다 담지 못했고, 그래서 높거나 낮거나 어느 쪽으로든 어긋나 있다는 뜻의 이상이라는 말이 붙게 된 것입니다. 결과지에 찍힌 화살표가 위를 향하든 아래를 향하든 같은 병명 아래 묶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
밤에 자다가 몇 번씩 깨는 이유잠든 지 두세 시간 만에 소변 때문에 눈이 떠지고,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누워도 한 시간쯤 지나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되는 밤이 한두 달 넘게 이어지면 대개는 나이 탓이나 저녁에 물을 많이 마신 탓으로 넘기게 되지만, 실제로 마신 양에 비해 깨는 횟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방광이 소변을 담아두는 능력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건강한 방광은 소변이 어느 정도 차기 전까지는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고 조용히 늘어나면서 담아두는데, 이 조절이 흐트러지면 소변이 조금만 고여도 뇌로 급하다는 신호가 올라가면서 잠을 방해합니다. 밤에 두 번 이상 깨는 상태를 야간뇨라고 부르며, 이것이 낮 동안의 잦은 배뇨나 갑작스러운 요의와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습관 문제로 보기 ..
검진 결과지 한 줄에 적힌 그 숫자건강검진 결과지에서 WBC 또는 백혈구수라고 적혀 있는 항목은 혈액 1마이크로리터(µL, 물 한 방울보다 훨씬 작은 아주 미세한 부피) 안에 백혈구가 몇 개 들어 있는지를 세어 놓은 숫자이며, 대부분의 검사기관에서 4,000에서 10,000 사이의 값이 찍혀 나옵니다. 백혈구는 하나의 세포 이름이 아니라 몸에 들어온 세균을 잡아먹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처리하며 항체를 만들어 두는 여러 종류의 방어 세포를 한데 묶어 부르는 말이라서, 이 숫자 하나만으로도 몸이 지금 외부 자극에 얼마나 대응하고 있는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백혈구는 골수(뼈 속에서 피를 만드는 공장)에서 하루에도 수백억 개가 새로 만들어지고, 혈관 안에 머무는 시간은 종류에 따라 몇 시간에서 며..
손끝이 시리다가 아무 느낌도 없어질 때동상은 피부와 그 아래 조직이 실제로 얼어붙어서 생기는 손상을 말하며, 단순히 춥고 시린 상태와는 성질이 전혀 다릅니다. 몸은 추위에 놓이면 심장과 뇌가 있는 몸통의 온도를 지키는 쪽을 먼저 선택하기 때문에 팔다리 끝으로 가는 혈관을 강하게 조이는데, 그 결과 손가락과 발가락, 귀와 코, 뺨과 턱처럼 심장에서 멀고 표면적이 넓은 부위가 먼저 희생됩니다. 혈액이 덜 흐르는 부위는 열을 공급받지 못해 온도가 계속 떨어지고, 조직 안의 수분이 얼기 시작하는 지점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세포가 직접 부서지는 단계로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손끝이 아리고 콕콕 쑤시며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시리다가, 어느 순간 그 통증이 사라지고 나무토막을 만지는 것처럼 감각이 무뎌지는 경과를 밟는 경..
눈흰자가 먼저 노래지는 이유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거울 속 눈흰자가 평소보다 누렇게 보이면 대개는 조명 탓이나 피곤한 탓으로 넘기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 노란 기가 빠지지 않고 오히려 얼굴빛까지 어둡고 탁하게 변한다면 몸속에서 빌리루빈이라는 노란 색소가 정상보다 많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황달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병 이름이라기보다 간이나 담도(쓸개즙이 흐르는 길), 혈액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피부색으로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노랗게 보이는 현상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왜 노랗게 되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진료의 핵심이 됩니다. 몸의 여러 부위 중에서 눈흰자(공막)가 가장 먼저 티가 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공막에는 엘라스틴이라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이 단백질이 빌리루빈..
선반 위 물건을 꺼내다 팔이 멈출 때높은 선반에 손을 뻗다가 어깨 바깥쪽에서 찌릿한 통증이 올라와 팔이 중간에서 멈춰버리는 경험은 흔하게 일어나지만, 하루 이틀 쉬어도 같은 높이에서 같은 통증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근육이 뭉친 상태가 아니라 어깨를 움직이는 힘줄에 염증이 생긴 경우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깨힘줄염은 팔뼈와 어깨뼈를 이어주면서 팔을 들어 올리고 돌리는 역할을 하는 힘줄에 반복된 자극이 쌓이면서 조직이 붓고 예민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관절 자체가 닳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초기에는 가만히 있을 때 멀쩡하다가 특정 동작에서만 통증이 나타나며, 이 점이 사람들이 병을 가볍게 넘기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통증이 나타나는 위치도 헷갈리기 쉬운데, 어깨 관절 정중앙보다는 어깨 바깥쪽..
혈압 숫자 두 개가 말해 주는 것혈압은 심장이 피를 밀어낼 때 혈관 벽에 걸리는 압력을 가리키는 말이고, 앞에 나오는 큰 숫자인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힘껏 짜내며 피를 내보내는 순간의 압력을 뜻하며, 뒤에 나오는 작은 숫자인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다시 피를 받아들이느라 쉬고 있는 동안에도 혈관에 남아 있는 압력을 뜻합니다. 두 숫자가 함께 적히는 이유는 심장이 뛰는 동안과 쉬는 동안의 부담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고, 어느 한쪽만 높아도 혈관이 받는 압력은 이미 평소보다 커진 상태입니다. 흔히 쓰는 단위인 mmHg는 압력이 수은 기둥을 몇 밀리미터까지 밀어 올리는가를 나타내던 옛 측정 방식에서 굳어진 표현입니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보면 수축기 120 미만이면서 이완기 80 미만일 때를 가장..
밤새 입으로 숨 쉬고 일어난 아침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재채기가 연달아 터지고 맑은 콧물이 주르륵 흐르다가, 오후가 되면 콧물은 잦아드는 대신 코가 꽉 막혀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 날이 한 달 넘게 이어진다면 단순한 환절기 감기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비염은 코 안쪽을 덮고 있는 얇은 점막에 염증이 생겨 부어오르고 분비물이 늘어난 상태를 말하는데, 이 점막이 부으면 공기가 지나다니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코막힘이 생기고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재채기와 가려움이 따라옵니다. 콧물의 색과 양, 코막힘이 한쪽에만 오는지 양쪽에 오는지, 증상이 특정 계절이나 특정 장소에서만 심해지는지에 따라 원인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비염이라도 대응 방법이 같지 않습니다. 코는 단순히 숨이 드나드는 구멍이 아니라 들이마신 공기를 몸 안..
물 한 모금이 어려워질 때밥을 먹다가 사레가 들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국물을 마실 때마다 기침이 터져 나오고 알약 하나를 넘기는 데 물을 몇 번씩 들이켜야 한다면 삼키는 기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합니다. 연하곤란은 음식이나 물, 심지어 자기 침까지도 입에서 목을 지나 식도를 거쳐 위로 내려가는 과정 어딘가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병명이라기보다는 몸 어딘가에 생긴 문제가 삼킴이라는 동작으로 드러난 결과에 가깝습니다. 삼키는 동작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반복되지만 대부분 의식하지 않고 지나가기 때문에, 기능이 조금씩 떨어져도 처음에는 그저 나이 탓이나 급하게 먹은 탓으로 돌리기 쉽습니다. 문제가 시작되는 ..
글자가 휘어 보이기 시작할 때신문을 읽다가 글자의 줄이 물결처럼 휘어 보이거나 달력의 반듯한 사각형 테두리가 한쪽으로 우그러져 보이는 경험을 하면 대부분은 눈이 피로해서 그렇겠거니 넘기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보지만, 이런 증상은 쉬어도 나아지지 않고 며칠 뒤에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피로와 구분됩니다. 노안이나 건조증으로 인한 흐림은 눈을 깜빡이거나 초점을 다시 잡으면 잠깐이라도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는 반면, 선이 휘어 보이는 변형은 아무리 초점을 맞춰도 그 휜 상태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황반변성은 눈 안쪽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망막(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얇은 신경 막) 중에서도 한가운데의 황반이라는 부위가 나이가 들면서 손상되는 질환이며, 황반은 우리가 무언가를 똑바로 쳐다..
머리 감다가 팔이 멈추는 순간 아침에 머리를 감으려고 팔을 들어 올리다가 어느 높이에서 팔이 더는 올라가지 않고 걸린 듯 멈추는 경험은 오십견이 시작될 때 가장 흔하게 겪는 장면입니다. 처음에는 잠을 잘못 잤거나 무거운 것을 들어서 결린 정도로 여기고 며칠 쉬면 풀리려니 생각하지만, 오십견은 쉰다고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쓰지 않는 동안 더 굳어가는 성질이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팔이 닿는 범위가 조금씩 줄어듭니다.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거나 브래지어 끈을 채우는 동작, 안전벨트를 당기는 동작처럼 팔을 등 뒤로 돌리는 움직임에서 먼저 걸리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십견이라는 이름은 쉰 살 무렵에 잘 생긴다고 해서 붙은 말이고, 병원에서 쓰는 정식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
시야가 조금씩 좁아지는데 본인은 모릅니다 녹내장은 눈 뒤쪽에서 뇌로 신호를 전달하는 시신경이 서서히 망가지면서 보이는 범위가 조금씩 줄어드는 병이며, 시력표의 숫자가 떨어지는 병이 아니라 보이는 영역 자체가 가장자리부터 사라지는 병이라는 점에서 다른 눈 질환과 성격이 다릅니다. 손상이 대개 주변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정면을 보는 데 아무 불편이 없고, 시력검사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흔해서 본인이 이상을 느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양쪽 눈을 함께 뜨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한쪽 눈에 생긴 빈 자리를 반대쪽 눈이 그대로 덮어주기 때문에, 한쪽 시야가 상당히 무너진 뒤에도 일상에서 아무 문제를 못 느끼는 상황이 계속됩니다. 여기에 뇌가 비어 있는 부분을 주변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메워서 인식하는..
안경을 새로 맞춰도 흐릿함이 남을 때 글자가 예전만큼 또렷하지 않아 안경점을 찾아 도수를 올렸는데도 몇 달 지나면 다시 흐려지고, 새 안경으로 바꾼 직후에도 뿌연 막이 한 겹 씌워진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눈의 굴절 문제가 아니라 빛이 지나가는 통로 자체가 탁해졌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눈 안쪽에는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라는 투명한 조직이 있어서 바깥에서 들어온 빛을 모아 망막에 상을 맺어주는데, 이 수정체가 나이나 다른 원인으로 혼탁해지면서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산란되는 상태가 백내장입니다. 안경 도수는 각막과 수정체의 굴절력을 보정해줄 뿐이라 혼탁 자체를 걷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렌즈를 바꿔도 흐림이 남습니다. 백내장의 흐림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고 몇 달에서 몇..
가슴이 조이는 그 순간에 몸에서 벌어지는 일 심장은 하루도 쉬지 않고 뛰는 근육 덩어리라서 그만큼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데, 이 공급을 맡는 혈관이 심장 표면을 왕관처럼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이며, 이 혈관이 좁아져서 필요한 만큼의 피가 심장 근육에 도달하지 못할 때 생기는 통증이 협심증입니다. 평소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심장이 요구하는 혈액량이 적어서 좁아진 혈관으로도 그럭저럭 감당이 되지만,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짐을 들거나 급하게 걸음을 옮기면 심장이 더 빨리 뛰면서 산소 요구량이 늘어나는데 좁아진 통로로는 그만큼을 보내주지 못하니 심장 근육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고 그 신호가 가슴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협심증 통증은 시작과 끝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라서 활동을 하다가 생기고 멈..
엄지발가락 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할 때 발을 씻다가 엄지발가락 뿌리 안쪽이 예전보다 도드라져 보인다고 느끼거나, 늘 신던 구두가 갑자기 그 자리만 조이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발이 부었거나 신발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넘기지만, 그 돌출부가 몇 달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더 커진다면 엄지발가락 뼈의 정렬 자체가 틀어지고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그 뿌리에 해당하는 발허리뼈(중족골, 발등 안쪽을 이루는 긴 뼈)의 머리 부분이 안쪽으로 밀려나와 혹처럼 보이는 변형을 말합니다. 겉으로는 뼈가 새로 자라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뼈가 자란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원래 있던 뼈가 위치를 바꾼 것이고, 그 위를 덮고 있는 물렁한 주머니(..
뼈 속이 성글어지는 동안에는 아프지 않습니다 골다공증은 뼈의 양이 줄어들고 뼈 안쪽의 그물처럼 얽힌 구조가 성글어져서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기 쉬워진 상태를 말하며, 이름에 구멍 공(孔) 자가 들어가듯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이 스펀지처럼 비어가는 것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뼈는 단단한 돌덩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조직이어서 낡은 뼈를 허무는 세포와 새 뼈를 짓는 세포가 평생 교대로 일하는데, 허무는 속도가 짓는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하면 해마다 조금씩 잔고가 줄어드는 통장처럼 골량이 빠져나갑니다. 이 과정이 십 년, 이십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시점까지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사실상 없습니다.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이 시린 증상을 두고 뼈가 약해져서 그렇다고 짐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골다공증 ..
새벽에 손이 저려 잠에서 깨는 밤이 반복될 때 손이 저린 증상은 워낙 흔해서 잠자리에서 팔을 잘못 베고 잤거나 하루 종일 무리했던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새벽에 손끝이 타는 듯 저리고 아파서 잠에서 깨는 일이 며칠 간격으로 되풀이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뚜렷한 질환이라, 낮에는 멀쩡하다가 잠든 뒤 몇 시간 만에 손이 퉁퉁 부은 듯한 느낌과 함께 저림이 몰려오는 형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에서 깬 뒤 손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털거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면 몇 분 안에 저림이 가라앉는데, 이 동작으로 증상이 풀리는 것 자체가 이 질환에서 흔히 관찰되는 모습입니다. 초기에는 저림이 잠깐 스치고 지나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저녁마다 신발이 꽉 낀다면발등 부종은 발등 부위의 조직 사이에 수분이 고여 부풀어 오르는 상태로,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생기는 단순한 붓기부터 심장콩팥간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까지 원인의 폭이 상당히 넓습니다. 아침에는 멀쩡하던 발이 오후만 되면 신발 안에서 답답해지고, 양말을 벗었을 때 고무줄 자국이 한참 남아 있다면 이미 발등 부종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은 별일 아니지만, 문제는 그 '대부분'에 기대다가 놓치는 나머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발등 부종을 두고 흔히 통하는 상식 중에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 꽤 있어서, 그 오해를 하나씩 걷어내면서 증상과 원인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은 붓기와 살이 찐 것을 구분하는 지점입니다. 체중이 늘어 발이 두꺼워진 것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등이 뻣뻣하다면등 결림의 주요 증상은 날개뼈 안쪽이나 등 한가운데가 묵직하게 뭉치고, 숨을 깊게 들이쉬거나 팔을 뻗을 때 당기는 느낌이 함께 나타나는 것입니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등허리가 펴지지 않고 뻐근한 경우도 등 결림에 해당합니다. 자고 일어났는데 등판 전체가 굳어 있는 느낌, 컴퓨터 앞에 두세 시간 앉아 있으면 견갑골 사이가 타는 듯 화끈거리는 느낌, 이런 것들이 등 결림의 가장 흔한 얼굴입니다. 대부분은 며칠 지나면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증상이 몇 주, 몇 달 단위로 이어지면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처음과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 이 글은 등 결림이 시작된 첫날부터 몇 년 뒤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모습을 바꾸는지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씁니다. 등 결림이 ..
결과지 TSH 옆에 붙은 화살표 하나 때문에 잠이 안 옵니다갑상선 수치의 정상범위는 TSH가 0.4~4.0 mIU/L, 유리 T4가 0.8~1.9 ng/dL 안팎이며, 이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은 갑상선호르몬이 모자라거나 지나치게 많이 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숫자 하나가 곧바로 병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느 항목이 어느 방향으로 어긋났는지, 그리고 그 조합이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갑상선 항목은 유독 눈에 잘 띕니다. 간수치나 콜레스테롤은 익숙한데, TSH라는 낯선 영어 세 글자 옆에 위쪽 화살표가 붙어 있으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기 마련입니다. 검색창에 급하게 이름을 넣어보면 갑상선암, 평생 약, 수술 같은 단어가 먼저 튀어나오니 불안은 더 커집니다. 먼..
밤마다 종아리가 저려 깨신다면종아리 저림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이 제대로 돌지 못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입니다. 자다가 종아리가 찌릿해서 눈이 떠지거나,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가 뻣뻣해지면서 감각이 둔해진 경험이 있으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의 종아리 저림은 자세 때문에 잠깐 눌린 것이라 몇 분이면 풀립니다. 문제는 같은 자리가 반복해서 저릴 때입니다. 많이들 모르는 사실인데, 종아리에 쥐가 나는 것과 종아리가 저린 것은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완전히 다릅니다. 쥐는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해 딱딱하게 뭉치는 현상이라 통증이 강한 대신 몇 분 안에 풀리고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반면 저림은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 또는 그 신경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 쪽에서 신호가 새거나 끊..
목 뒤 통증은 뒷목이 뻣뻣하게 굳고 누르면 아픈 증상을 말하며, 대부분은 머리를 떠받치는 목 뒤쪽 근육과 인대에 부담이 쌓이면서 시작됩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지 않거나,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다가 저녁 무렵 뒷목이 묵직하게 뭉치는 경험은 아주 흔합니다. 다만 목 뒤 통증이라고 해서 다 같은 통증은 아닙니다. 어느 지점이 아픈지, 언제 더 심해지는지, 팔까지 내려가는지에 따라 원인이 완전히 갈립니다. 그냥 담이 결린 걸까요, 다른 문제일까요?흔히 담이 걸렸다고 표현하는 상태는 의학적으로는 목 주변 근육이 부분적으로 수축한 채 풀리지 않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픈 자리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여기요" 하고 정확히 짚어지고,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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