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새로 맞춰도 흐릿함이 남을 때 글자가 예전만큼 또렷하지 않아 안경점을 찾아 도수를 올렸는데도 몇 달 지나면 다시 흐려지고, 새 안경으로 바꾼 직후에도 뿌연 막이 한 겹 씌워진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눈의 굴절 문제가 아니라 빛이 지나가는 통로 자체가 탁해졌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눈 안쪽에는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라는 투명한 조직이 있어서 바깥에서 들어온 빛을 모아 망막에 상을 맺어주는데, 이 수정체가 나이나 다른 원인으로 혼탁해지면서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산란되는 상태가 백내장입니다. 안경 도수는 각막과 수정체의 굴절력을 보정해줄 뿐이라 혼탁 자체를 걷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렌즈를 바꿔도 흐림이 남습니다. 백내장의 흐림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고 몇 달에서 몇..
가슴이 조이는 그 순간에 몸에서 벌어지는 일 심장은 하루도 쉬지 않고 뛰는 근육 덩어리라서 그만큼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데, 이 공급을 맡는 혈관이 심장 표면을 왕관처럼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이며, 이 혈관이 좁아져서 필요한 만큼의 피가 심장 근육에 도달하지 못할 때 생기는 통증이 협심증입니다. 평소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심장이 요구하는 혈액량이 적어서 좁아진 혈관으로도 그럭저럭 감당이 되지만,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짐을 들거나 급하게 걸음을 옮기면 심장이 더 빨리 뛰면서 산소 요구량이 늘어나는데 좁아진 통로로는 그만큼을 보내주지 못하니 심장 근육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고 그 신호가 가슴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협심증 통증은 시작과 끝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라서 활동을 하다가 생기고 멈..
엄지발가락 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할 때 발을 씻다가 엄지발가락 뿌리 안쪽이 예전보다 도드라져 보인다고 느끼거나, 늘 신던 구두가 갑자기 그 자리만 조이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발이 부었거나 신발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넘기지만, 그 돌출부가 몇 달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더 커진다면 엄지발가락 뼈의 정렬 자체가 틀어지고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그 뿌리에 해당하는 발허리뼈(중족골, 발등 안쪽을 이루는 긴 뼈)의 머리 부분이 안쪽으로 밀려나와 혹처럼 보이는 변형을 말합니다. 겉으로는 뼈가 새로 자라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뼈가 자란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원래 있던 뼈가 위치를 바꾼 것이고, 그 위를 덮고 있는 물렁한 주머니(..
뼈 속이 성글어지는 동안에는 아프지 않습니다 골다공증은 뼈의 양이 줄어들고 뼈 안쪽의 그물처럼 얽힌 구조가 성글어져서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기 쉬워진 상태를 말하며, 이름에 구멍 공(孔) 자가 들어가듯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이 스펀지처럼 비어가는 것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뼈는 단단한 돌덩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조직이어서 낡은 뼈를 허무는 세포와 새 뼈를 짓는 세포가 평생 교대로 일하는데, 허무는 속도가 짓는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하면 해마다 조금씩 잔고가 줄어드는 통장처럼 골량이 빠져나갑니다. 이 과정이 십 년, 이십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시점까지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사실상 없습니다.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이 시린 증상을 두고 뼈가 약해져서 그렇다고 짐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골다공증 ..
새벽에 손이 저려 잠에서 깨는 밤이 반복될 때 손이 저린 증상은 워낙 흔해서 잠자리에서 팔을 잘못 베고 잤거나 하루 종일 무리했던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새벽에 손끝이 타는 듯 저리고 아파서 잠에서 깨는 일이 며칠 간격으로 되풀이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뚜렷한 질환이라, 낮에는 멀쩡하다가 잠든 뒤 몇 시간 만에 손이 퉁퉁 부은 듯한 느낌과 함께 저림이 몰려오는 형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에서 깬 뒤 손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털거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면 몇 분 안에 저림이 가라앉는데, 이 동작으로 증상이 풀리는 것 자체가 이 질환에서 흔히 관찰되는 모습입니다. 초기에는 저림이 잠깐 스치고 지나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저녁마다 신발이 꽉 낀다면발등 부종은 발등 부위의 조직 사이에 수분이 고여 부풀어 오르는 상태로,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생기는 단순한 붓기부터 심장콩팥간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까지 원인의 폭이 상당히 넓습니다. 아침에는 멀쩡하던 발이 오후만 되면 신발 안에서 답답해지고, 양말을 벗었을 때 고무줄 자국이 한참 남아 있다면 이미 발등 부종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은 별일 아니지만, 문제는 그 '대부분'에 기대다가 놓치는 나머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발등 부종을 두고 흔히 통하는 상식 중에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 꽤 있어서, 그 오해를 하나씩 걷어내면서 증상과 원인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은 붓기와 살이 찐 것을 구분하는 지점입니다. 체중이 늘어 발이 두꺼워진 것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등이 뻣뻣하다면등 결림의 주요 증상은 날개뼈 안쪽이나 등 한가운데가 묵직하게 뭉치고, 숨을 깊게 들이쉬거나 팔을 뻗을 때 당기는 느낌이 함께 나타나는 것입니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등허리가 펴지지 않고 뻐근한 경우도 등 결림에 해당합니다. 자고 일어났는데 등판 전체가 굳어 있는 느낌, 컴퓨터 앞에 두세 시간 앉아 있으면 견갑골 사이가 타는 듯 화끈거리는 느낌, 이런 것들이 등 결림의 가장 흔한 얼굴입니다. 대부분은 며칠 지나면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증상이 몇 주, 몇 달 단위로 이어지면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처음과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 이 글은 등 결림이 시작된 첫날부터 몇 년 뒤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모습을 바꾸는지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씁니다. 등 결림이 ..
결과지 TSH 옆에 붙은 화살표 하나 때문에 잠이 안 옵니다갑상선 수치의 정상범위는 TSH가 0.4~4.0 mIU/L, 유리 T4가 0.8~1.9 ng/dL 안팎이며, 이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은 갑상선호르몬이 모자라거나 지나치게 많이 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숫자 하나가 곧바로 병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느 항목이 어느 방향으로 어긋났는지, 그리고 그 조합이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갑상선 항목은 유독 눈에 잘 띕니다. 간수치나 콜레스테롤은 익숙한데, TSH라는 낯선 영어 세 글자 옆에 위쪽 화살표가 붙어 있으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기 마련입니다. 검색창에 급하게 이름을 넣어보면 갑상선암, 평생 약, 수술 같은 단어가 먼저 튀어나오니 불안은 더 커집니다. 먼..
밤마다 종아리가 저려 깨신다면종아리 저림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눌리거나 혈액이 제대로 돌지 못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입니다. 자다가 종아리가 찌릿해서 눈이 떠지거나,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가 뻣뻣해지면서 감각이 둔해진 경험이 있으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의 종아리 저림은 자세 때문에 잠깐 눌린 것이라 몇 분이면 풀립니다. 문제는 같은 자리가 반복해서 저릴 때입니다. 많이들 모르는 사실인데, 종아리에 쥐가 나는 것과 종아리가 저린 것은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완전히 다릅니다. 쥐는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해 딱딱하게 뭉치는 현상이라 통증이 강한 대신 몇 분 안에 풀리고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반면 저림은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 또는 그 신경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 쪽에서 신호가 새거나 끊..
목 뒤 통증은 뒷목이 뻣뻣하게 굳고 누르면 아픈 증상을 말하며, 대부분은 머리를 떠받치는 목 뒤쪽 근육과 인대에 부담이 쌓이면서 시작됩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지 않거나,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다가 저녁 무렵 뒷목이 묵직하게 뭉치는 경험은 아주 흔합니다. 다만 목 뒤 통증이라고 해서 다 같은 통증은 아닙니다. 어느 지점이 아픈지, 언제 더 심해지는지, 팔까지 내려가는지에 따라 원인이 완전히 갈립니다. 그냥 담이 결린 걸까요, 다른 문제일까요?흔히 담이 걸렸다고 표현하는 상태는 의학적으로는 목 주변 근육이 부분적으로 수축한 채 풀리지 않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픈 자리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여기요" 하고 정확히 짚어지고,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통..
저녁만 되면 신발이 조입니다발등 부종은 발등 쪽 피부밑 조직에 물이 고여 부풀어 오른 상태로, 신발이 조이고 양말 고무 자국이 평소보다 깊게 남는 것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입니다. 아침에는 멀쩡하던 발이 오후 서너 시만 지나면 운동화 끈을 한 칸 풀어야 할 만큼 두꺼워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상황을 그냥 피곤해서 그렇다고 넘깁니다. 하루 자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오니 더 그렇습니다. 다만 발등 부종은 원인에 따라 아무 의미 없는 일시적 변화이기도 하고, 심장이나 콩팥이 보내는 초기 신호이기도 해서 구분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발등이 붓는 문제를 두고 널리 퍼져 있는 몇 가지 잘못된 상식을 하나씩 짚어 가며, 실제로 어떤 증상과 원인이 있는지를 순서대로 풀어 봅니다. 오래 서 ..
갈비뼈 통증은 뼈 자체보다 뼈 사이를 잇는 연골과 근육, 그리고 그 아래를 지나는 신경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실 때 옆구리가 찌르듯 당기고, 손으로 눌러보면 유독 한 지점만 아프고, 자세를 바꿀 때마다 통증이 달라진다면 이미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다만 갈비뼈 통증은 원인의 폭이 워낙 넓어서, 단순한 근육 문제인지 아니면 안쪽 장기가 보내는 신호인지 스스로 가려보는 순서가 필요합니다. 갈비뼈가 아프다고 다 같은 통증은 아닙니다골프를 오랜만에 친 다음 날 옆구리가 뻐근한 통증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밤마다 한쪽 갈비뼈가 화끈거리는 통증은 원인이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검색창에는 똑같이 갈비뼈 통증이라고 입력합니다. 그래서 정보를 찾아봐도 자기 상황과 맞는 설명..
아침에 반지가 안 들어간다면손가락 관절 붓기는 아침에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고 늘 끼던 반지가 들어가지 않는 형태로 가장 먼저 드러나는 증상입니다. 자고 일어나 세수를 하다가 마디가 뻣뻣하고 두툼해진 것을 알아차리는 분이 많습니다. 몇 시간이면 가라앉으니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다가, 어느 날부터 오후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 검색을 하게 됩니다. 같은 손가락 관절 붓기라도 뒤에 숨은 원인은 제각각입니다. 나이 들어 생기는 마디 변형일 수도 있고, 면역이 자기 관절을 공격하는 병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앞으로의 경과가 갈리기 때문에 초기에 방향을 잡는 일이 중요합니다. 구별의 실마리는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습니다. 어느 마디가 부었는지, 양손인지 한 손인지, 그리고 하루 중 언제 가장 심한지입니다..
숨이 차서 폐기능 검사를 받았는데, 그다음이 막막합니다폐기능 검사에서 수치가 낮게 나왔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약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환 때문에 떨어졌는지 가려내는 일입니다. 계단 두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서 병원을 찾았다가, 낯선 약자와 퍼센트 숫자가 잔뜩 적힌 폐기능 검사 결과지 한 장만 들고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68%라는 숫자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이제부터 약을 평생 써야 하는 것인지 아무도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검색으로 이 글을 찾아온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도 대개 같습니다. 숫자 자체의 의미보다는 "그래서 이제 뭘 해야 하느냐"입니다. 결과지에 찍힌 값은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로 삶을 바꾸는 부분은 그 뒤에 이어지는 치료와 관리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결과지 TSH 옆에 붙은 화살표 하나 때문에 잠이 안 옵니다갑상선 수치의 정상범위는 TSH가 0.4~4.0 mIU/L, 유리 T4가 0.8~1.9 ng/dL 안팎이며, 이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은 갑상선호르몬이 모자라거나 지나치게 많이 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숫자 하나가 곧바로 병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느 항목이 어느 방향으로 어긋났는지, 그리고 그 조합이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갑상선 항목은 유독 눈에 잘 띕니다. 간수치나 콜레스테롤은 익숙한데, TSH라는 낯선 영어 세 글자 옆에 위쪽 화살표가 붙어 있으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기 마련입니다. 검색창에 급하게 이름을 넣어보면 갑상선암, 평생 약, 수술 같은 단어가 먼저 튀어나오니 불안은 더 커집니다. 먼..
결과지 맨 아래 CRP 수치를 보고 검색부터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CRP 수치의 정상범위는 일반 검사 기준으로 0.5 mg/dL 미만, 단위를 다르게 쓰는 검사실에서는 5 mg/L 미만입니다. 이 선을 넘으면 몸 어딘가에서 염증 반응이나 조직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다만 숫자 하나가 병명을 정해주지는 않으며, 감기 끝물부터 세균성 폐렴, 류마티스 질환, 심지어 어제 받은 발치까지 전부 같은 항목을 올려놓습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이 항목은 보통 혈액검사 묶음의 아래쪽, 간수치나 콜레스테롤보다 한참 뒤에 조용히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옆에 붙은 화살표 하나 때문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0.7이라는 숫자를 보고 검색창에 CRP 수치를 넣어보면 염증, 감염, 심근경색, 암 같은 단어가 줄..
약을 며칠이나 먹어야 나을까, 소변검사 이후 가장 먼저 드는 고민소변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 치료의 핵심은 원인을 정확히 가려낸 뒤 그에 맞는 약물 치료와 생활 관리를 함께 진행하는 데 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적힌 "단백뇨 의심", "잠혈 양성", "백혈구 다수" 같은 문구를 보고 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마련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납니다. 다만 막상 병원 진료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약을 며칠이나 먹어야 하는지, 항생제를 먹으면 바로 좋아지는지, 혹시 수술까지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재발하지는 않을지 - 이런 질문들이 순서 없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실제로 검색으로 이 글을 찾아온 분들이 궁금해하는 건 대개 이 지점입니다. 소변검사 ..
결과지에 빨간 화살표가 하나 떠 있다면빌리루빈 수치의 정상범위는 총빌리루빈 기준 대략 0.2~1.2 mg/dL이고, 이 범위를 넘어서면 적혈구가 평소보다 많이 부서지고 있거나 간과 담도가 빌리루빈을 제때 처리해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반대로 기준보다 낮게 나온 빌리루빈 수치는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그대로 넘어가는 항목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펼쳤을 때 다른 줄은 다 까맣게 인쇄돼 있는데 '총빌리루빈 1.4'에만 빨간 화살표가 붙어 있으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간 얘기라는 건 어렴풋이 아는데, 숫자가 얼마나 나쁜 건지 감이 오지 않으니 더 불안합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빌리루빈 수치가 조금 올랐다는 말을 곧바로 '간이 나빠졌다'로 받아들이는..
명치가 아플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윗배 통증은 명치에서 양쪽 갈비뼈 아래에 이르는 부위가 아픈 증상으로, 위염이나 역류성식도염 같은 흔한 소화기 문제부터 담석, 췌장염, 드물게는 심장 질환까지 원인의 폭이 대단히 넓습니다. 배 윗부분이 묵직하게 눌리거나 타는 듯 쓰릴 때 대부분 위장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 자리 안쪽에는 위와 십이지장뿐 아니라 췌장, 담낭, 간, 그리고 심장의 아래쪽 면까지 겹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 자리에서 이렇게 여러 신호가 뒤섞여 나오는 걸까? 내장에서 올라오는 통증은 손등이 베였을 때처럼 위치가 또렷하지 않습니다. 장기에서 나온 감각 신경이 척수로 들어가는 지점이 서로 비슷하다 보니, 뇌가 그 신호를 그저 윗배 어딘가에서 온 것으로 뭉뚱그려 해석해 버립니다. ..
간기능 검사 수치가 높다는 말을 들으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간기능 검사는 혈액 속 효소와 단백질 수치를 통해 간세포가 얼마나 상하고 있는지, 간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AST나 ALT 옆에 붙은 화살표를 보고 이 글을 찾아온 분들이 떠올리는 고민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인지, 술을 아예 끊어야 하는 것인지, 이대로 두면 간경화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입니다. 한 가지 먼저 짚어둘 부분이 있습니다. 간기능 검사에서 수치가 조금 올라간 것만으로 곧바로 약이 필요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국내 성인의 지방간 유병률이 30% 안팎으로 보고되는 만큼, 검진에서 잡히는 경도의 수치 상승은 상당수가 지방간과 관련이 있습니다. ..
옷깃만 스쳐도 따가운데 피부는 멀쩡하다면대상포진의 주요 증상은 몸의 한쪽 면을 따라 띠처럼 번지는 찌릿한 통증과 그 자리에 뒤이어 올라오는 물집이며, 통증이 발진보다 사흘 안팎 먼저 시작된다는 점이 다른 피부 질환과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셔츠 자락이 스치기만 해도 옆구리가 따갑고, 잠자리에서 몸을 돌릴 때마다 등 한쪽이 찌릿한데 정작 거울 앞에 서 보면 아무 흔적도 없습니다. 이 어긋남이 대상포진 초반을 놓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 시기에 병원을 찾으면 담이 결렸다거나 근육을 삐끗했다는 설명을 듣고 돌아오는 일이 흔합니다. 피부에 단서가 없으니 진찰하는 쪽에서도 붙잡을 근거가 없습니다. 그러다 이삼일 뒤 그 자리에 붉은 반점이 올라오고 나서야 대상포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
기름진 저녁을 먹은 밤, 오른쪽 윗배가 조여왔다면담석은 담즙 속 콜레스테롤이나 담즙색소가 굳어져 담낭이나 담관 안에 돌처럼 뭉친 상태를 말하며, 가장 흔한 증상은 기름진 음식을 먹고 30분에서 두 시간쯤 지났을 때 오른쪽 윗배가 조이듯 아파오는 통증입니다. 담석 통증은 배를 문지르거나 자세를 바꿔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명치에서 오른쪽 갈비뼈 아래로 뻐근하게 번지다가 등이나 오른쪽 어깨까지 당기는 느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인 회식 다음 날 새벽, 배가 뒤틀리듯 아파 잠에서 깼는데 한두 시간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진 경험.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부분은 체했다고 여기고 소화제를 사 먹은 뒤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이 패턴이 몇 달 간격으로 반..
검진 결과지에서 백혈구 수치에만 별표가 찍혀 있다면백혈구 수치의 정상범위는 보통 1µL당 4,000에서 10,000개 사이이고, 이 범위를 넘어서면 세균 감염이나 급성 염증, 흡연, 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먼저 의심하며, 반대로 기준보다 낮아지면 바이러스 감염이나 약물 영향, 골수 기능 저하를 확인하게 됩니다. 다만 이 숫자 하나만으로 병을 진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종합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면 눈이 먼저 가는 곳은 빨간 글씨나 별표가 붙은 줄입니다. 백혈구 수치가 11,200으로 나왔다거나 3,800으로 찍혀 있다는 한 줄 때문에 검색창에 "백혈구 수치 높음"을 쳐 보신 분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그런데 검색 결과 맨 위에 백혈병이라는 단어가 뜨는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혈압 140 90은 수축기 혈압 140 mmHg, 이완기 혈압 90 mmHg를 뜻하며, 정상범위인 120/80 mmHg 미만을 확실히 벗어나 1기 고혈압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혈압 140 90이 한 번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고혈압 진단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숫자는 혈관이 평소보다 높은 압력을 계속 견디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검진 결과지에 빨간 화살표가 찍혀 있을 때회사 건강검진을 마치고 몇 주 뒤 우편으로 도착한 결과지. 다른 항목은 다 하얀데 혈압 칸에만 140/90이라는 숫자와 함께 화살표가 하나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픈 데도 없고 컨디션도 멀쩡한데 갑자기 고혈압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등장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자주 나오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자다가 다리 저림, 왜 하필 잠자리에서만 심해질까요?자다가 다리 저림은 혈액순환이 나빠서 생긴다고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만, 실제 원인은 신경이 눌리는 문제, 하지불안증후군, 허리 척추의 변화, 드물게는 다리 혈관 질환까지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밤에만 유독 심해지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어떤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지에 따라 그냥 지켜봐도 되는 경우와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갈립니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이불에 눕고 30분쯤 지나면 종아리 안쪽이 찌릿해지고 발끝이 남의 살처럼 둔해지는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것입니다. 자세를 바꾸면 잠깐 나아졌다가 다시 시작되고, 그러다 새벽에 깨는 일이 반복되면 걱정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왜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에만 이럴까요? 대체로 세 가지가 겹칩..
공복혈당 110 mg/dL은 정상 기준인 70~99 mg/dL을 넘었지만 당뇨병 진단선인 126 mg/dL에는 닿지 않은 값으로, 의학 용어로는 공복혈당장애, 흔히 당뇨병 전단계라고 부르는 구간에 들어갑니다. 병이라고 하기에는 이르고 괜찮다고 넘기기에는 찜찜한 숫자입니다. 결과지를 몇 번씩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검진 결과지에서 빨간 글씨나 화살표 표시를 처음 발견한 순간이 아마 가장 당황스러운 시점일 것입니다. 작년까지 아무 표시가 없다가 올해 갑자기 경계 판정이 찍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40대 후반 직장인 중에는 회식이 몰린 연말 직후에 검진을 받았다가 이 구간에 들어간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하루 이틀의 식습관만으로 숫자가 이만큼 움직이는 일은 드뭅니다. 이 글은 공복..
글루코사민 효능, 계속 먹어야 할지부터 고민입니다글루코사민 효능은 연골을 이루는 재료를 보충해 무릎 통증과 아침 뻣뻣함을 덜어 주는 쪽으로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도 관절 건강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아 하루 1,500mg 기준으로 널리 복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병을 열어 두고 나면 고민이 시작됩니다. 두 달을 챙겨 먹었는데 무릎이 그대로일 때, 계속 먹어야 하는지 아니면 병원에 가서 다른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검색으로 이 글을 찾아온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도 비슷합니다. 얼마나 먹어야 답이 나오는지, 진통제와 같이 먹어도 되는지, 결국 수술로 가는 것 아닌지 하는 것들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골관절염으로 진료를 받는 인원은 한 해 400만 명을 넘어섭니다. ..
금연 금단증상은 니코틴이 끊긴 뇌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반응으로, 강한 흡연 욕구와 짜증, 불안, 집중력 저하, 불면, 식욕 증가가 대표적입니다. 담배를 끊기로 마음먹은 첫 주에 이 증상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대부분은 자기 의지부터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금연 금단증상은 성격이나 결심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 대상에 가깝습니다. 검색으로 이 글을 찾아온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건 두 가지입니다. 약을 꼭 먹어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버티면 편해지는지. 이 두 가지만 정리돼도 첫 고비는 넘어갑니다. 사실입니다. 의지가 약해서 실패하는 게 아닙니다담배를 오래 피우면 뇌 안에서 니코틴을 받아들이는 문(수용체)의 개수 자체가 늘어납니다. 원래 문이 10개였다면 20개, 30개로 불..
오후 세 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면카페인 과다의 주요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 손떨림, 불안감, 불면, 속쓰림, 잦은 소변이며 대개 하루 400mg을 넘길 때부터 뚜렷해집니다. 다만 카페인 과다는 커피 잔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같은 양을 마셔도 어떤 분은 멀쩡하고 어떤 분은 손이 떨립니다. 회의 끝나고 자리에 앉았는데 심장이 쿵쿵거리고, 키보드 위에 올린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느낌. 커피 두 잔밖에 안 마셨는데 왜 이럴까 싶어 검색창을 열어보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꽤 많습니다. 커피만 줄이면 된다거나, 밤에 잠만 잘 자면 괜찮다거나, 하루 몇 잔까지는 안전하다는 식의 이야기들 말입니다. 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 두 잔인데 카페인 과다일 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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